오늘 오전에 느즈막히 일어나 엄마 아침 챙겨드리고 밥먹고 어셈블리 두편정도 보고 삼둥이 보면서 좋아하고 병원 갈 시간이 금세 되어서 점심은 대충 챙겨먹고 차 위에 올라탔다. 병원에 가는 길은 늘 그렇듯 긴장된다. 어디가 더 나빠지진 않았을까. 어떻게 검사결과는 괜찮은가. 미심쩍은 부분을 상상하고, 부풀리고, 마음 한 켠을 난잡하게 만든다. 그렇게 난잡하게 최악을 생각해야 어떤 결과에든 감사할 수 있는 마음 또한 생긴다. 최고를 기대하면, 어떤 결과를 마주하던 실망하게 되어있다. 작년부터 생긴 나의 생각 알고리즘...이었다.  많은 것을 생각했다. 늘 검사 결과를 앞두곤 나쁜 꿈을 꾸었고, 불행한 일을 쳤고... 그랬었기 때문에,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.



의사가 늦어 한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.미국에 연수간 주치의 선생님을 대신하여 새로 온 의사는 엄마와 아빠와 내게 좋다고 말했다. 다만 항암을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. 본인은 다시 시작하는걸 추천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환자의 몫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선택권을 주었다. 나는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. 죽이는 약이 살리는 약인지. 나는 어느 편이 더 좋은지. 나는 당연히 내 어미의 죽음을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.



많은 시간을 그렇게 상상하며 보냈다. 머릿속이 멀쩡할 리 없다. 나는 ....,



기분좋지만 찝찝한 결과를 안고 돌아와서는, 아빠와 결국 한바탕 했다. 엄마 일 때문은 아니고 내게 왜 꿈이 없고, 하고싶은 것도 없고, 되고 싶은 것도 없고, 왜...아빠 속상하게 그러냐는 말이었다. 나는 하고싶은게 없다기 보단 포기했다는 말이 맞고.. 꿈은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뿐이고... 그렇다. 그런건데.. 슬펐다. 아빠가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 몰랐다.



모르겠다.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픈데 계속해서 눈물이 나는걸 보면 내 몸도 참 대단한 것 같다. 예전엔 늘 술먹고 울고 그다음날 머리가 깨지는 삶을 반복했었는데 그것도 또 엄청 멀어졌다. 음... 그렇다. 귓볼이 다 젖을 정도로 울었다. 고개도 안숙이고 숨참고 우느라 정말로 코가 막히고 호흡이 막혔다. 그제서야 우는 티 내고 코를 풀었다.


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었는데 내가 울어서 엄마 기분을 망친 것 같다.

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난 도무지 알 수가 없다. 


일찍 죽고싶다는 생각 뿐..